23년 4월 1일 15번째 메시지

아까 비건 관련 페잉 남겼던 사람인데요
케이가 인간과의 상호작용과 인간 사회에 속하는 것을 원하면서 식인을 할 때부터 깊은 곳에 묻어뒀던 육식 관련 이슈가 생각나긴 했어요. 자연스레 투영하게 되더군요.
감상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처음 케이를 보았을 땐 그저 나약하다고만 생각했어요.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유혹에 져버렸으니 말이에요. 그런데 이번 챕터를 읽고 다시보니 케이는 마냥 약한 정신의 소유자는 아니더라고요. 그렇다고 식인을 접고 고결한 죽음을 택할만큼 강한 정신을 지닌 것도 아니지만요.
분명히 그는,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오거잖아요? 오거와 인간은, 교잡할 수 있으니 인간과 침팬지의 유사도와 비슷하려나요. 뭐 만약 침팬지를 안먹으면 죽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가 침팬지를 잡아먹는다고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진 않겠죠. 실제로 영장류 섭취도 이루어지고 있긴 하고요. 케이는 인간 사이에서 자랐지만 본인이 오거라는 자각도 분명히 있잖아요? 그는 그저 인간과 오거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해 맘편히 자신이 속한 곳의 문화를 따를 수도 있었어요. '난 오거니까 식인은 자연스러운거야. 더군다나 이들은 범죄자이니 내가 인간 사회를 정화시키는군.' / '인간들의 사념에서 오거가 태어났으니 인간은 책임을 질 필요가 있어.' / '이미 일은 저질러졌고, 난 인간을 먹지 않으면 죽어. 별 수 있겠어?' 등 편해질 방법은 다양하고요. 아니면 아예 식인에 무뎌져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마치고 하하호호 인간과 어울릴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케이는 결코 잘못을 잊지 않고 과거의 행동을 후회해요.(인간 어머니 때문인지, 인간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인지, 죽임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인지, 혹은 아예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반면에 리사는, 순식간에 합리화하죠. 심지어 그녀는 오거라는 방패조차 없는 명백한 인간인데도 불구하고요. 케이와 리사의 식인이라는 같은 행동을 보았음에도 유독 리사에게 찝찝한 동질감이 들었던 이유는 역시 언급해주신 문장이 잘 나타내는 것 같아요. 리사와 저의 행동은 선택 요소이지만 케이는 살기 위해 강제적이죠. 비록 첫 시작은 선택이었지만요. 케이만 있었을 때에는 이런 인식이 잘 안드러나다가 비교대상으로 리사가 등장하니 문제 의식이 좀 더 뚜렷해진 것 같아요.
소설 읽다가 급 성찰 타임이었네요. 많은 tmi 죄송해요. 글을 읽다보면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볼게 많아 즐겁네요. 결말부로 갔을 때도 케이는 괴로워하고 있을지, 혹은 자기 방어에 항복할지 궁금해지는군요. 다음 챕터도 기대할게요
https://twitter.com/JuYuwol/status/164219114547539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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