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의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게 느껴졌다. 저 안에 든 피라면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것 같다.
'그것도 뭐...'
나는 여사에게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곧 아시게 될 겁니다.'
맛을 평가받으면 바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식사자리는 꽤 길어졌다. 그러나 모처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니 아주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준비할 가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식사 자체에도 소득이 있었다. 웨스턴라 여사는 확실히 미식가였던 것 같다. 피 깊숙이에서부터 올라오는 수많은 향신료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비록 인간에게는 관심받지 못했을지언정, 여사가 추구해 온 맛은 그 흔적을 착실히 남겨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인간의 혈액 맛에 술뿐만 아니라 음식도 영향을 끼친다는 증명이다. 술의 맛은 금방 영향을 끼치고 금방 사라지지만, 음식의 맛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누적된 후 오랜 시간 동안 영향을 끼친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다.
입속에 펼쳐질 수많은 가능성에 절로 흥분된다. 화이트 와인을 마시게 한 다음 피를 마시면 저번보다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안가에 사는 어부에게서는 해산물 맛이 나려나. 어부에게 화이트 와인을 마시게 한 다음 피를 마시는 건 어떨까?
아니면 아예 다른 것의 영향을 알아봐도 괜찮을 것이다. 예컨대, 커피 같은 거.
다소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요리와 맛의 추구는 흡혈귀의 본성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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