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8월 21일 2번째 메시지

임소미는 최유리가 불쌍했다. 그래서 최유리가 울면서 찾아왔을 때 방법을 웃으며 제시해주었다. 사랑하는 유리 선배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으니까. 1억 명? 그게 대수인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둘은 몇 년 후 실질적인 세계의 지배자가 되어 있었다. 최유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냥 이전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그를 숭배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유리가 거부해서 임소미는 하지 않았다.

세상을 임소미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거창한 권력을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냥 넘어가기를, 덮기를 원했다. 세상은 디스토피아와는 거리가 멀었고 쟈유의지의 적절한 박탈이 범죄율을 낮추었고 길거리는 더 깔끔해졌는데 쓰레기 무단투기가 사라졌고 금연과 금주가 보편화되었기 땨문이었다. 유리는 좋은 일도 많이 했다. 임소미는 그 일로 선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분홍색 머리의 슈퍼한 마법소녀 성가영 히어로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정말 몇 명 남지 않았으니까. 세계의 이면에 정신 지배자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몇 되지 않았다.

성가영은 처음부터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다른 저항자, 반역자, 귀찮은 방해꾼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목적은 무엇인지 정체는 뭔지 잘 몰랐다. 몇몇은 그들이 크툴루 비슷한 것인 줄만 알았다. 뭐, 네크로노모키논 때문?

그런데 마도서는 선배 고의도 아니었는데 선배를 외신 취급하면 되겠는가? 임소미는 그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아무튼 소미도 예전에는 히어로였고 지금도 슈퍼-악당-짓거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오브라이언보다 더 좋은 세뇌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 머리를 군화로 짓밟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인간도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새 사람이 되어서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소미는 그들에게 은행원, 사무직, 바리스타, 우체부 등 건전하고 괜찮은 일자리들을 몇 개 주었다. 몇몇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그들은 기시감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최유리의 기술은 말도 안 되게 뛰어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가영은 조금 까다로웠다. 정신 지배도 자주 하면 흔적이 남는다. 선배는 뇌를 건드리는 타입의 능력자가 아니었다. 육체 또한 복잡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선배랑 같이 알콩달콩 사는 일에 흥미가 없어 보였다. 소미는 그의 제안에 동의해 셋이서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가영을 연적이라 여기지 않았다. 가영은 동생처럼 귀엽고 깜찍한 아이였으며 자신을 도리어 귀엽게 여기는 것도 좋았다. 히어로, 세상의 영웅.

그런데 그게 도리어 발목을 잡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왜 그렇게 쓸데없이 귀찮게 하는지. 너무했다. 사랑보다 자기 가오가 더 큰 거면 소미는 고사하고 유리 선배를 제대로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다. 소미는 가영을 부수고 싶지는 얺았다. 그렇게 새 사람이 되면 더 이상 가영이 아니었다. 소미와 같이 연애하던 가영이 아니라 다른 그냥 시민 성가영이 될 테니까. 보통 이름도 바뀌었으니 이가영이나 김가영 시민.

소미는 가영에게 여러 번 제안했지만 들어주질 않았다. 유리 선배에게 그가 승낙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유리 선배의 도움이 있다면 그건 진짜로 그들과 함께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선배도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소미는 슬펐다. 선배를 독점하는 건 꽤 좋았지만 선배도 아직 미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를 위해서도 유리를 위해서도 가영은 돌아와야만 했다. 선배를 완전히 손에 넣고는 싶었다. 뭐, 지금 가영이 유리를 이해해준다 해도 예전과 같은 관계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상관 없었다. 그들은 유일무이한 파트너, 가영은 귀여운 아이. 마법소녀. 소미는 그 욕심을 꼭 손에 넣고 싶었다.

가영을 붙잡았을 때 오랜만에 유리 선배가 나타났다. 가영 같은 유명한 히어로들은 결국 소미가 직접 손봐야 했다. 그들의 능력도 있지만 정신 저항력이 더 큰 문제였다. 소미의 정신지배는 유리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되었으나 그는 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능력은 주어지는 초자연 현상이지만 운용법은 연마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소미는 사람들 머릿속을 쉽게 주무를 수 있었다. 그는 빠른 학습자였다.

선배는 항상 처리하는 일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관심도 주기 싫어했다. 예전 히어로 경력에 뭔가 죄책감이라도 느끼나? 소미는 그렇지 않았다. 유리도 그런 감정이 남아 있었으면 지금 여기서 이러면 아예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러나 소미는 유리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고 유리의 기분이 그깟 예전 직장 동료들보다 더 중요했다.
가영을 잡았을 때 유리가 나타난 것은 예상 외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소미의 능력을 못 믿는 건 줄 알았다. 가영보다 정신 저항력 센 히어로들도 많이 처리해 봤는데 이제와서 그런다니 슬펐다.

유리가 소미에게 가영의 비밀 하나를 알려주기 전까지는. 유리는 조금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걸 얘기해주었다. 소미는 정말 기뻤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 셋이 함께! 곧바로 그는 작업에 착수했다. 세트장을 만들고 가영을 그곳으로 유도하고 연기자들을 고용하고. 엄밀히 연기는 아니겠지? 그건 다 진짜니까.

유리는 조금 떨떠름해했다. 가영도 망상이 진짜 현실에서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았겠지. 학교에서 다들 현실과 망상을 구별하라고 가르치지 않나. 소미는 알아도 신경 안 썼지만.

반복, 또 반복! 기억만을 일부분 도려내고 마음에는 따로 손을 대지 않아 성가영의 연속성은 보존되었다. 히어로 가영을 박제해 영원히 리플레이를 재생하는 것이었다. 그의 마음속 은밀한 비밀을 듣기 전까지는 가영을 영원한 고통 속에 가두는 일이라고 여겼으리라. 소미는 유리 선배에게 깊이 감사했다.

셋이서 즐겁게 지내고, 유리 선배의 옆자리에 앉은 동반자는 임소미. 그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의 하나뿐인 연인이자 동료. 완벽했다. 가영 쪽도 아직 아무 문제 없었고 구심점이 사라지자 최면의 대항자들은 눈 녹듯 무너졌다. 해피엔딩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신계 초상 능력 업계인으로서 최유리의 능력을 탐구하고 연구했고 이후에도 비슷한 일에 오래 종사했으며 최유리가 조사하길 극히 꺼리는, 임소미도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만 아니었어도.
삼천자의 유리소미 흐콰루트 명작에 벅찬 감동을 느껴 혼절했습니다

마지막 앱개발자는 최면어플 개발자 흑막 금태양군인가요?! 업계인이라고 하니까... 아니면 비능력자지만 유리의 힘을 연구해왔단 의미에서 업계인인 연진?!!! 너무...너무두근두근해욧........

루프물 단문의 연장인거죠 그런거죠? 유리소미 악당커플의 멋진신세계 🥹🥹🥹❤️❤️❤️

이런 즐거운이야기가 날아올줄 꿈도 못꿨어요 정말 행복해서 날아오를것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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