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여성무가상속법 이야기를 계속 보내면 지긋지긋해하실 것 같아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만...
아마 유월님 말씀대로 문송안함 내에서 여성의 무가상속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거예요. 여자가 칼을 들고 있으니 그런 괴상한 법 만드는 놈들 목 자르러 출동할 수도 있으니...
다만 문송 내에서 에테르 감응력이 있는 사람, 즉 검사랑 마법사는 극소수고 이때문에 여성과 남성 사이의 성차별은 우리네 것과 같았으리라고 생각해요. 에테르를 통한 여성과 남성의 무력격차의 소멸이 극히 소수에게만 한정된 이야기였던 거죠. 실제로 후반부 읽다보면 여성들 취급이 우리와 현실과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 쫌쫌따리 나옵니다.
그리고 이미 스포당하신 내용에서 대충 보셨겠지만, 로사 페히테는 '마땅한 남자가 없어서 여자를 후계자로 삼은' 어조가 강했어요. 이 말은 여자가 후계를 물려받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로사와 비슷한 수준의 검사가 있었다면 남성 검사가 물려받았을 거라는 소리예요. 여성 검사들의 사회적 진출과 작위세습이 이상하진 않지만 적어도 남성들보다는 뒷순위로 밀려있다는 의미라고 봐요.
아마 이 말도 안되는 악법이 만들어질 때도 이런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승인했을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찬탈자들 쪽에 여성 검사가 진짜로 없을 확률도 사실 적지 않아요. 문송에서 굴러다니는게 여성검사인걸로 보이지만 사실 후에 암시되듯 에테르 감응력이 있는 사람은 극소수고 그 극소수를 그나마 모아놓은게 주인공이 다니는 수도방위대 학교거든요. 이 마저도 개인의 환경에 따라 진학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다시 말해 자신의 에테르 감응력과 재능을 정진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암시가 나옵니다. "여어자가 좋은 곳에 시집이나 가지 어어딜 검을 써?!"가 이 소설에도 실존한다는 사실...
여기까지가 의리로 하는 문송 쉴드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눈뜨고 코 베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황당하긴 해요. 처음봤을 때는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갔긴 했는데 곱씹어보니 어라... 싶더군요. 그리고 어차피 배경 설정 중 하나라서 스포라고 하기 애매한 내용을 걍 말하자면, 여기 성차별은 있는데 인종차별은 없어요. 고통 줄여놓은 세계라면서 인종 구분도 없애놓은 마당에 왜 성차별까지 살려놨는지에 대한 의문점은 영원히 해소 안 될 듯 싶네요...ㅋㅋㅋ....
답글
솔직히 지긋지긋하긴 하군요
저의 뇌는 이미 두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익깅이 전개하신 의리상의 실드를 대강 받아들이고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떨어진 기대치가 올라갈 일은 없을 거 같아요